최근 언론을 통해 다수의 의료기관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응급피임약 처방을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심지어, 해당 병원들은 성폭력 피해자에게도 예외 없이 응급피임약을 처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여성가족부 지정 성폭력 피해자 전담 의료기관도 있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응급피임약은 엄연한 의약품이며 성관계 이후 짧은 시간 안에 복용해야 함에도, 사회의 편견과 차별로 인해 여성들은 사용에 지장을 겪어 왔다.
이러한 장벽을 없애는 데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의료 종사자와 병원이,
가장 절박한 처지의 여성들마저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을 근거로 거부하는 것을 우리는 좌시할 수 없다.
지난 2010년, 교황청은 에이즈 감염 예방 목적으로 콘돔 사용을 허가한 바 있다. 이것은 종교의 교리가 영원불멸하지 않으며, 현실의 심각한 문제 앞에서는 얼마든지 다르게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의료윤리를 말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 정파,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환자에 대한 의무를 다하라고 하고 있다. 의료인은 의료행위를 할 때 의료인의 책무가 우선이며 종교인의 이해가 우선해선 안 된다. 또한 의료법은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하는 것을 금하며, 종교적 이유는 진료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현재 해당 병원들의 행태는 도의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법리적으로나 옳지 않다.
우리는 모두 의도하지 않은 임신 때문에 원하는 삶과 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중대한 위험을 능동적으로 회피할 권리가 있다. 여성의 삶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부족하고, 피임과 관련된 교육 및 인프라가 열악하며 임신 중절 또한 불법인 대한민국에서 응급피임약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특정 종교가 응급피임약의 원활한 제공을 종교적 이유로 방해하는 것은 여성 개인의 삶보다 글자 그대로의 교리를 우선시한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Freethinkers는 세속주의를 표방하는 단체로서 여성들의 건강과 사회적 삶이 중대하게 얽혀 있는 임신과 출산 문제에 있어 의학적, 사회적 판단보다 종교적 판단이 우선해서는 안 됨을 강력히 주장한다. 이것은 설령 종교 단체가 운영하는 병원이라고 해도 예외가 될 수 없는 원칙이다. 의료기관의 사적 신념이 환자에게 강요되어 환자의 건강과 인권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원치 않은 임신의 가능성에 대처하고자 하는 여성에게 응급피임약의 처방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의료기관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일부 종교 계열의 병원에서는 종교적 신념을 근거로 응급피임약의 처방을 일방적으로 거부해 왔다. 이는 의료기관의 책임을 망각하고, 여성의 존엄성과 권리를 침해하는 처사이다. 이러한 개탄스러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점에 대하여 해당 병원 운영 주체의 입장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한다. 더불어 정부의 철저한 실태 조사와 책임 규명 및 문제 해결을 촉구한다.
자유사상 연합 동아리
Freethink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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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링크>
<언론 보도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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