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사상 연합 동아리 Freethinkers는 지난 2013년, 2017년에 이어 ‘전도거부카드’를 다시금 제작하여 배포하였습니다. 일부 대학 캠퍼스에서는 종교인들이 노상 전도를 하는 도중에, 거절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살하고 전도를 이어가는 일이 여전히 많습니다. 우리 Freethinkers의 ‘전도거부카드’는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 전달을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에서 제작되었습니다.
전도 방식을 보면, 지나가는 캠퍼스 구성원들에게 팸플릿이나 행사 안내문 등을 배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티슈와 같은 소정의 물품을 동봉하기도 합니다. 동아리 형태를 가진 단체의 경우 부스를 운영하기도 합니다. 전도 활동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종교 문화에 대해 캠퍼스 구성원들에게 알릴 기회이기도 하고, 종교에 따라서는 교리 자체에 명시된 의무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방식의 전도는 당연히 종교 활동의 자유로서 존중되어야 합니다.
문제는 일부 노상 전도에서 나타나는 무리한 전도 방식에 있습니다. 소속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거나, 종교 단체가 아닌 것처럼 거짓말을 하면서 접근하거나, 거절을 해도 끊임없이 따라오고 심지어 팔을 잡기까지 하면서 놓아주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며, 금전을 요구하거나 자신들의 시설로 따라오라고 하면서도 정확한 정체를 밝히지 않아 불안과 위협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전도 방식은 종교에 대해 진지하게 권유하고 설득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일방적으로 신념을 강요하거나, 금전적 이익을 취하려는 등의 목적으로 불쾌감과 피해만을 일으키는 비정상적 의사소통입니다. 이러한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전도 방식은 (1) 직접적인 불쾌감과 피해를 주고 (2) 노상 전도에 대한 우려로 인해 학우들이 모르는 사람의 접근을 경계하게 되어 캠퍼스 문화를 경직시키며 (3) 정상적 전도 활동마저 무시당하거나 부당한 비난을 받게 하므로 개선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무리한 전도에 처했을 때, 저희가 배부한 전도거부카드를 제시하면 얼굴을 붉히지 않고 신사적인 방식으로 간단하게 거절을 하겠다는 의사를 표할 수 있습니다. 부적절한 방식의 전도를 해 오던 종교인 여러분께서도 이에 호응하여 학우들의 의사를 존중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으로써 기존의 전도 방식이 불편함을 초래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보다 나은 전도 방식을 찾음으로써 전도에 대해 학우들이 가진 반감 역시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도를 할 자유, 그리고 전도를 거절할 자유 모두 존중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양쪽 모두에서 대화의 룰을 지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단 말을 걸어오는 종교인 측에서 자신이 소속된 단체가 어디인지 가장 먼저 밝히는 것이 자기 자신을 신뢰 가능한 대화 상대로 만들어 주는 기본적인 예절일 것이며, 만약 전도의 대상이 된 학우가 시간 부족, 무관심 등을 이유로 정중하게 전도 거절 의사를 밝혔다면 그것을 묵살하고 강권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전도 방식이 정착됨으로써, 전도 활동 일반에 대한 비난 역시 지양되어야 할 것입니다.
캠퍼스 내 전도 문제가 존재하는 학교에서, 인터넷 게시판 등에 검색을 해 보면 전도를 하는 사람에게 욕설을 하거나, 민망한 단어를 외치라는 등 장난이라고조차 보기 어려운 대응들이 제안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정상적인 대화를 통해 전도를 거절하기가 매우 어렵고, 그로 인해 학우 일반에서 전도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방증입니다. 비록 전도의 본래 의도가 충족되지 않더라도 양쪽 모두 곤란한 상황에 처하지 않고 대화가 종료되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나, 현재의 무리한 전도 방식이 계속되는 한 이 문제에 특별한 관심이 있거나 긴 대화를 할 용의가 있지 않은 대부분의 학우들에게 그것은 비현실적인 일입니다.
우리가 제시하는 전도거부카드는 결국 무리한 전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학우들이 그 상황을 벗어나는 데 도움을 주는 임시적인 도구이며, 보다 바람직한 의사소통의 모습을 다소 인위적으로나마 소개하기 위한 하나의 틀입니다. 결국은 무리한 방식의 전도를 하는 종교인들, 혹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종교 단체들이 스스로 변화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궁극적 방법이 될 것입니다.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우리 Freethinkers는 반종교 단체라는 오해를 사기도 했으며, 전도거부카드 제작도 그러한 반종교적인 신념에 의한 것으로 세간에 알려지곤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무리한 전도가 많은 대학생들에게 불편과 위협을 야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교에 대한 공적 논의가 금기시되는 분위기, 그리고 각 학교에 산적한 더욱 긴급한 사안들로 인하여 이 문제가 언제나 피해 학생들의 개인적 분노 표출에만 그치고 공적으로 논의되어 해결될 기회를 갖지 못했으므로, 종교에 대한 공적 논의의 필요성을 꾸준히 이야기해 온 우리 Freethinkers가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하여, 그 방법으로 전도거부카드를 고안하여 선택한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전도거부카드와 같은 것이 없더라도 서로 다른 종교관을 가진 사람들이 열린 태도를 갖고 대화하며 공존할 수 있는 캠퍼스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며, 이러한 캠퍼스 문화를 확립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우리는 전도거부카드를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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