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11

우리가 성소수자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이유

우리는 자유사상 연합 동아리 Freethinkers입니다. 자유사상이란 비반성적인 태도를 경계하며 증거와 논리, 이성에 기반한 사고를 중시하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Freethinkers는 객관적인 현실 인식과 이성적이고 상호존중하는 의사소통, 반성을 위한 회의적 태도, 인본주의적 윤리관을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함으로써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그리고 서울대학교 인권 가이드라인에 반대하는 학내∙외 조직의 활동은 Freethinkers가 본격적으로 성소수자 차별에 맞서 행동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팸플릿을 나눠주고 선전물과 대자보를 붙이면서 1인 시위, 포럼과 기자회견, 종교 행사를 열었습니다. 물론 이런 활동 자체는 잘못이 아닙니다만, 심각한 결함이 많은 전형적인 주장이 반복해서 등장했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증오발언(그들의 표현에서는 ‘온당한 비판’과 ‘걱정’)의 자유를 주장하면서도, 증오발언 제한 조항의 삭제가 아닌, 평등∙차별금지 조항의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문구만 삭제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따른 평등을 보장하지 말라는 요구와 다르지 않습니다. 심지어 기독교수협의회와 기독교동문회가 주최한 포럼에서는 “동성애는 가톨릭·빌더버그·G7·G12의 무기”라는 주장까지 등장했습니다.1) 그리고 앞서 밝혔듯이, 우리는 비반성적 태도를 경계하며 이성과 의사소통을 중시하는 대학의 자유사상가 모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유사상에 기반한 여러 대응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써 우리는 성소수자 권리 보장이 필요한 이유를 간략하게나마 밝히고자 합니다. 대한민국 사회는 '생물학적 성별'과 성별 정체성이 일치하며(시스젠더), 이성에게 로맨스와 성애의 끌림을 느끼는 성적 지향(이성애)을 가진 이분법적 성별(양성, 남/녀)만을 고려해 발전해왔습니다. 이로써 성소수자가 경험하는 불평등은 현대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입니다. 우리는 성소수자가 제도와 사회, 문화 등 모든 측면에서 동등한 인간이자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가진 사회를 지지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나설 것입니다. 이 글은 Freethinkers가 이렇게 합의한 이유를 서술하고, 행동 방향을 제시하려는 목적에서 쓰였습니다.

성소수자

우선, 성소수자는 흔히 ‘LGBTI+’라고도 불리는 성적 측면의 사회적 소수자입니다. 그리고 ‘LGBTI+’란 레즈비언(여성 동성애자)과 게이(남성 동성애자), 양성애자(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간성(인터섹스), 그 밖의 성소수자(무성애자, 범성애자, 퀘스처너리 등)를 의미합니다. 동성애자는 동성에 로맨스 또는 성애의 끌림을 느끼는 동성애를 성적 지향으로 가진 사람입니다. 양성애자는 양성 모두에 로맨스 또는 성애의 끌림을 느끼는 양성애를 성적 지향으로 가진 사람입니다. 트랜스젠더는 출생 시 부여받은 성별과 정신적 성별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간성은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이 적용될 수 없는 몸을 가진 사람입니다. 성소수자와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젠더 이분법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여기를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성소수자는 인간으로서 존엄한 대우를 받아야 합니다. 어떤 사람이든 누구에게도 양도할 수 없는 인권을 가지며, 이것은 어떠한 조건에서도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선언은 인간 이성과 양심에 근거하여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악행으로부터 모든 인간을 최후의 상황까지 보호하고 변호하는 사상이기에 중요합니다. 그리고 성소수자는 시민으로서 동등한 자유와 권리를 가져야 합니다. 이는 어떤 사람이 어떤 조건을 가지고 태어나더라도 합리적 근거 없이 자유와 권리를 제한∙침해받지 않는 공평한 삶을 누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리하자면, 성소수자의 인권은 절대로 침해되어서는 안 되며, 성소수자의 자유와 권리는 합리적 이유 없이 국가 또는 다른 행위자에 의해 제한∙침해되어서는 안 됩니다.

편견과 불평등

그러나 사회적 배제로 인해 성소수자는 인권과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믿음과 편견, 감정, 태도를 사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이러한 사회적 낙인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등에 기반한 차별이 발생하는 주된 이유가 됩니다. 덧붙여 성소수자 권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적어 여러 제도가 미흡한 실정입니다. 이러한 불평등은 가정, 학교, 직장, 군대, 의료기관 등 공과 사를 가리지 않고 존재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14년 연구용역 보고서2)에 따르면, 청소년 성소수자 200명 중 54.0%가 다른 학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고, 차별을 경험한 응답자 중 19.4%가 그 결과로 자살 시도를 했습니다. 성인 동성애자/양성애자 응답자의 약 500명 중 44.8%는 직장에서의 차별 경험을, 41.7%는 괴롭힘(따돌림, 협박, 비난, 조롱, 물품훼손, 폭행, 성희롱 등)을 보고했습니다. 이러한 차별 경험으로는 동성 파트너를 가족으로 인정받을 수 없어 주택보조금이 삭감되거나 경조사비와 관련 휴가를 받을 수 없거나, 미혼으로 간주되어 다른 지역으로 근무지가 옮겨지거나 옮기는 것을 거부당하거나, 정체성이나 성별표현을 근거로 성희롱을 당하거나, 임금차별을 당하는 등의 사례가 존재합니다. 이런 경험은 성소수자들의 경제활동을 저해하고 자신의 성소수자 정체성을 숨기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보고서는 그밖에 의료기관, 공중화장실, 대학, 종교기관, 군대 등에 차별이 존재함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소수자는 신체∙정신 건강의 보건 격차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미국의 연구 결과에서, 가족으로부터 거부당한 경험이 있는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집단에서 자살 시도가 8.4배, 심각한 우울증이 5.9배,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등 위험한 성행위가 3.4배 높게 보고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3) 학계는 사회적 낙인과 차별이 이러한 현상에 기여한다고 설명합니다.4)5) UNAIDS6) 같은 HIV/에이즈 전문기관이 효과적인 대응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낙인과 차별을 지목함에도, 성소수자 차별 선동은 점점 빈번해져 가고 있습니다. 트랜스젠더와 간성은 보건 지식과 서비스에 접근하기가 어렵습니다. 예컨대 트랜스젠더 아동∙청소년이 성별위화감을 겪을 경우 사춘기를 늦추는 등의 의료적 조치가 건강을 위해 시급함에도7), 정부 차원에서 건강보험이나 교육, 홍보 등의 지원이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습니다. 간성 역시 당사자와 가족, 전문가의 무지 하에서 원치 않는 성별로 지정되거나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하며 살아가기 쉽습니다.
성소수자는 공교육에서도 사회적으로 배제됩니다. 성소수자와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은 무엇인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왜 잘못되었는지 학교는 대부분 알려주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성교육 표준안 연수자료에서는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언급조차 하지 말라고 되어있습니다.8) 이러한 은폐는 성교육이 성소수자 청소년 당사자와 사회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게 만듭니다. 예컨대 미국 위스콘신의 학교 45곳의 청소년 15,9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소수자에게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교사와 상담사, 청소년이 함께 활동하는 조직인 GSA가 있는 학교의 성소수자 청소년들은 그렇지 않은 학교에 비해 무단결석과 흡연, 음주, 자살 시도, 캐주얼 섹스를 덜 했습니다.9)
성소수자에 관련한 낙인이 이런 불평등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한몫을 합니다. 특정 정치적 또는 종교적 세력은 성소수자에 부정적인 분위기를 조장하는 주장을 재생산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주장에서 사실, 논리, 도덕적 오류를 자주 발견했습니다. 예컨대 게이의 사랑은 대부분 단지 일시적인 육체적 사랑이 대부분이라 동성 결합의 법적 인정을 허용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게이는 95.5%가 결혼 또는 시민결합 같은 제도적 인정을 원하며, 42.0%가 연애 중인데, 그 기간은 평균 2년 3개월입니다.10) 게다가 저 주장은 레즈비언과 게이, 양성애자 커플이 동성 연인과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원천 봉쇄할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은 오해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Freethinkers는 특히 성소수자 차별 진영에서 열심히 퍼뜨리는 논증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작업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보다도 일상적이고 비극적인 불평등은 성소수자가 자기 자신으로서 살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의 김보미 씨는 총학생회 선거에 나서면서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저는 완전히 ‘제 자신’으로 존재할 수 없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성소수자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저는 제 얼굴을 가질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11) 단지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가족과 친구, 동료에게 거짓말을 하고 숨어 살게 만드는 현실은 너무나 비인간적입니다.

평등으로 나아가기

Freethinkers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아리 취지에 부합하는 여러 프로젝트를 고안해왔습니다. 일단 우리는 캠퍼스에 대자보를 붙여 성소수자 지지 입장을 표명하고, 캠퍼스의 성소수자 이슈를 정리하고, 차별적 주장의 반사실성과 논리적 오류, 윤리적 문제를 전시할 예정입니다.
더 나아가서, 당신과 우리 모두는 자신이 성소수자든 아니든 성평등을 지지하고 참여할 수 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기여가 성소수자 불평등 문제 해결에 중요합니다. 우리는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 부당함을 말할 수 있고, 각종 캠페인에 참여하고 인권단체에 기부할 수 있습니다. 단지 주변의 성소수자를 차별 없이 대하거나 그럴 것이라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편견과 차별이 줄어든 환경은 성소수자가 받는 일상적 차별부터 보건 격차까지 다양한 불평등을 줄이고 합리적이고 인간적인 성평등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합니다.

1) 
이은혜. (2016, September 26). “동성애는 적그리스도 음모” 뉴스앤조이. Retrieved November 18, 2016, from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06000
2) 
장서연 외 (2014).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 국가인권위원회. Retrieved November 11, 2016, from http://www.kpil.org/opboard/down.php?code=actionData&number=166&seq=1&admin=
3) 
Ryan, C., Huebner, D., Diaz, R. M., & Sanchez, J. (2009). Family rejection as a predictor of negative health outcomes in white and Latino lesbian, gay, and bisexual young adults. Pediatrics, 123(1), 346-352.
4) 
Meyer, I. H. (2003). Prejudice, social stress, and mental health in lesbian, gay, and bisexual populations: conceptual issues and research evidence. Psychological bulletin, 129(5), 674.
5) 
Hatzenbuehler, M. L. (2009). How does sexual minority stigma “get under the skin”? A psychological mediation framework. Psychological bulletin, 135(5), 707.
6) 
Reduction of HIV-related stigma and discrimination. (2014). Joint United Nations Programme on HIV/AIDS (UNAIDS). Retrieved November 14, 2016, from http://www.unaids.org/en/resources/documents/2014/ReductionofHIV-relatedstigmaanddiscrimination
7) 
Coleman, E., et al. (2012). 건강관리실무표준 (Vol. 7). 세계트랜스젠더보건의료전문가협회(WPATH). Retrieved November 14, 2016, from http://www.wpath.org/site_page.cfm?pk_association_webpage_menu=1351&pk_association_webpage=8223
8) 
염지원. (2015, March 29). “성교육 때 동성애 언급말라”…교육부 지침 논란. 한겨레. Retrieved November 13, 2016, from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684511.html
9) 
Poteat, V. P., Sinclair, K. O., DiGiovanni, C. D., Koenig, B. W., & Russell, S. T. (2013). Gay–straight alliances are associated with student health: a multischool comparison of LGBTQ and heterosexual youth. Journal of Research on Adolescence, 23(2), 319-330.
10) 
나영정 외. (2014).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주요결과. 친구사이. Retrieved November 14, 2016, from https://cdn.chingusai.net/files/research2014/주요결과보고서 한글판.pdf
11) 
안미혜. (2015, November 5). (2보) 디테일 선본 김보미 정후보 커밍아웃 (기조연설문 전문). 서울대저널. Retrieved November 14, 2016, from http://www.snujn.com/news/16566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