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15

‘차별할 권리’란 없다 – 인권 가이드라인을 지지하며

서울대학교 자유사상 동아리 Freethinkers SNU에서는 학생사회 주도로 국내 최초로 추진 중인 서울대학교 인권가이드라인의 제정을 지지하며, 인권가이드라인에서 '성적 지향' 문구가 삭제되어야 한다는 일각에서의 주장에 반대합니다. 지난 10월 13일 목요일, Freethinkers SNU에서는 이와 관련한 자보를 작성하여 다음과 같이 학내 곳곳에 게시하였습니다.

학생회관 / 중도터널 입구 / 인문대 해방터 / 사회대신양 앞 / 기숙사 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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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제 58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학생사회는 첫 공개적 성소수자 총학생회장이라는 기록과 함께, 1997년 이후 18년 만에 연장 투표 없는 투표 종결을 선보이며 「디테일」 단독출마 선본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다양성을 향한 하나의 움직임'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선본을 지지하는 것은 다양성에 대한 학생사회의 욕구가 그만큼 커졌다는 증거다.

학내 다원주의가 성장하는 만큼 그 존립이 위협받았는지, 기독교수협의회 등 이에 반대하는 구성원들도 발맞춰 격렬해졌다. 올해 3월에 성소수자 동아리 큐이즈의 새내기 환영 현수막이 훼손되는가 하면, 이어 4월에는 ‘수요열린예배’에서 의학적 근거가 결여된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일삼는 수동연세요양병원의 염안섭 원장을 초청해 강연을 열었다. 또 지난달에는 ‘서울대 베리타스 포럼’을 개최했는데, 해당 포럼에서는 9월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인준된 인권 가이드라인 평등권 조항 반대를 내세운 강연을 열고, 내부에서 ‘동성애 성행위 만연’, ‘동성애 독재’ 등의 말이 오가는 등 그 이름과는 다르게 차별적이고 반지성적이었으며 비열했다. 다음은 인권 가이드라인의 제2조 평등권 조항이다.

- 제2조 (평등권)
서울대학교 구성원은 각자의 권리 실현 및 보장에 있어 생물학적 성별, 성적 (性的)지향, 성별 정체성, 종교, 장애, 나이, 경제적 상황, 소속, 출신 학교, 출신 지역,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 출산, 가족 형태 또는 가족 상황, 언어,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前科), 학력, 병력(病歷), 징계여부, 성적 또는 사회적 신분 등을 포함한 불합리한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한다.

위의 제2조는 그저 단어들의 긴 나열이 아니다. 셀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사람들이 성별, 종교, 장애, 출신 민족, 사상 등에서의 차별해소를 위해 싸워왔다. 각 단어 하나하나가 어떠한 경우에도 차별은 합리화될 수 없다는 신념으로 싸워온 사람들의 값진 희생이 얹어진 단어이고, 오늘날 서울대에서 인권 가이드라인이라는 이름으로 서게 된 것이다. 이러한 조항을 반대한다는 것은 차별할 권리를 달라고 하는 행위와 같다.

하지만 우리 학생사회 구성원 모두는 가능하면 빠른 미래에 인권 가이드라인과 같은 조항들이 없어지길 원한다. 성소수자로서의 김보미 정후보를 지지했던 것이 아니라, 학생사회의 의사를 대표하는 일에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이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능력에 따라 지지했다는 인식이 올 공동체사회를 꿈꾸는 것이다. 서울대 인권 가이드라인은 이러한 사회를 위한 큰 발걸음이 될 것이기에 우리 동아리는 가이드라인을 지지한다.

사실 인권 가이드라인을 저지하려는 이유가 ‘차별하고 싶다’ 외에 마땅찮은 것은, 가이드라인으로 제지하는 부분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성소수자를 비롯한 소수자 모두는 그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공동체를 원한다.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이 권리를, 선본 정책간담회에서 김보미 당시 정후보의 기조연설 중 문구로 설명을 대신하며 마치겠다.

"성적 지향은 인간이 가진 다양한 속성 중 하나일 뿐이고
이와 관계없이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세상과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

자유사상 동아리
Freethinkers SN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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