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현대에
이르러 신화라 함은 그 면면에 시대적 사실 혹은 상황이 반영되었을지언정 역사적 사실로부터는 명확히 분리하여 취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일본의 신화는 제법 오랜 과거에서부터, 근대 그리고 심지어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위정자(혹은 특정 세력)들에 의하여 특수한
목적을 가진 채 변용되어 왔으며 역사라는 사실의 영역에 교묘히 편입되어왔다. 본 책은 일본의 신화와
역사가 결합되어온 과정과 그 이면에 숨어 있는 목적을 낱낱이 파헤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책의 초중반부에서는
일본 신화의 근간이 되는 몇 가지 전승들을 다루며 이들이 어떻게 결합되고 가공되어 왔는지를 시대적 순서에 따라 기술한다. 중간 중간 일본 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라면 별다른 거부감 없이 들어봤을 아마테라스라던가 이자나미 등의 용어가
등장하는 부분이 조금 흥미로웠다. 초 중반부가 말 그대로 옛날 얘기,
조금은 지루할 수 있는 얘기들을 다룬다면 중 후반부에서는 일제의 식민 통치 과거에 강하게 반발하는 우리 국민들이라면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는 내용들을 다룬다. 바로 일본이 자신들의 제국주의와 침략전쟁을 내, 외부적으로 정당화시키는데 있어 일본 신화가 어떠한 역할을 하게 되었는지 등이 그 내용이다. 극후반부에서는 과거의 망령이라 할 수 있는 천황 신화와 그 내면에 담긴 이데올로기가 현대에 와서 어떤 식으로
재생산되며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기술한다.
매년 논란이 되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나 최근 큰 논란을
빚고 있는 역사교과서를 통한 역사왜곡등의 주제가 여기서 등장하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원인
따위 잘 알지 못한 채 비난했던 일본의 과거 행각, 그리고 현재 보이고 있는 우익들의 행위의 기저에
어떤 나름의 통일된 사상이 깔려있음을 알게 되고 그것이 얼마나 뿌리 깊은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무서운 것인지를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Freethinkers 회원(익명)의 기고문으로 Freethinkers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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